CONCEPTZINE vol.97

2022년 1월, 9년 동안 발행해 오던 컨셉진을 잠시 멈췄던 건 제 의지만은 아니었습니다. 매달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만큼 독자분들의 꾸준한 사랑도 받았지만 결국 운영상 한계가 왔습니다. 결코 원하던 멈춤은 아니었지만, 지난 1년 컨셉진 발행을 잠시 멈추고 재정비하는 동안 제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변화 세 가지를 여러분과 나누려 합니다.

첫 번째로, 사는 집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컨셉진 사무실이 있는 마포구 합정동에 7년간 살다가, 이사를 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거든요. 직방 앱을 켜서 사무실과 가까운 곳으로 집을 알아보다,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들어 서울의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보며 매물을 찾아봤습니다. 그러다 강서구 등촌동에서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인천에서 서울로 상경한 저에게는 조금 낯선 동네이기도 하고, 이전에 살던 집이 사무실과 도보로 10분 거리라 굳이 동네를 바꿔야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편, 일하는 곳도 합정동, 사는 곳도 합정동, 친구를 만나는 곳도 합정동…, 웬만해선 합정동을 잘 벗어나지 않는 저의 삶이 조금 지겹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등촌동을 선택했고, 지금은 120%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역 거주민보다 방문객이 많은 합정동과 달리, 등촌동은 가족 단위로 많이 사는 지역인데요. 그래서인지, 저녁 6시 이후가 되면 노란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칩니다. 그 덕분일까요. 동네 분위기를 닮아 제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평소 배달 음식으로 끼니의 대부분을 때우던 제가, 이사한 이후로는 동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직접 요리하여 챙겨 먹으려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만나는 사람이 변했습니다. 에디터 캠프에서 제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 혹은 외주 업무로 만난 거래처 담당자 중에 궁금하고 친해지고 싶었던 분들이 가끔 있었는데요. 바쁘다는 핑계로, 또 ‘옛 친구들도 못 챙기는데, 뭘 굳이 새로운 친구를 만드나’ 하는 푸념으로 주저했던 분들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순조롭게 만남이 성사되더라고요. 어떤 의도로 만난 건 정말 아니었는데, 이 만남 덕분에 자연스레 협업까지 이어졌습니다. 미션캠프에서 ‘여기어때’와 함께 진행한 〈블랙 카메라 프로젝트〉와 ‘오늘의집’ 커뮤니티 ‘오하우스’와 함께한 《오매거진》 제작이 만남의 결과이기도 하죠.

세 번째로, 아침 시간이 변했습니다. 저는 회사를 운영하는 10년 동안 ‘여유’라는 걸 느낄 새 없이 항상 업무에 둘러싸여, 시간에 쫓기며 살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이러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아침 시간을 활용해보기로 했습니다.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일어나 오늘의 할 일을 정리하고,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을 미리 조금씩 해두는 거죠. 물론, 30년 넘게 올빼미형으로 살다가 하루아침에 아침형 인간으로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일주일 도전했다 실패한 뒤,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방법을 마련했습니다. 바로 ‘같이’ 하는 것이죠. 미션캠프 오프라인 모임에서 만났던 분들께 ‘해피 모닝 크루’를 제안해 오전 7시에 줌 화상 회의에서 만나 약 10분간 인사이트 토크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모임의 주최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참여한 덕분에 아침 시간을 유용하게 쓸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시간을 끌고 다니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게 됐죠.

지난 한 해 컨셉진의 멈춤은 편집장 김경희에게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사람 김경희에게는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전 이번 호를 준비하며 ‘변화’에 대해 검색하다 어느 브런치에서 이런 문장을 읽게 되었습니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사는 공간, 만나는 사람, 시간 쓰는 법 중 하나를 바꿔라.”

여러분은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나요? 만약 여러분의 삶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면, 사는 공간, 만나는 사람, 시간 쓰는 법 중 하나만이라도 바꿔보세요. 저처럼 새로운 당신을 발견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편집장 김경희

'우리는 매달 새로운 사람이 됩니다.' ⟨컨셉진⟩은 매달 '새로운 주제'를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한 달을 살아 볼 수 있도록 돕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입니다. 매달 새로운 주제 하나를 선정하여 아이템, 산책, 컬처, 인터뷰, 독자 사연, 갤러리 등 다양한 형식의 기사로 당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매번 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다면 ⟨컨셉진⟩과 함께 매달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 보세요.

ITEM – 어제와 다른 오늘 p8
PLACE – 예지동 산책 p16
CULTURE – 변화의 울림 p48
TO LIFE - 투라이프,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p58
GALLERY – 날씨의 일기 p94
SPECIAL – 변화 연대기 p114
ESSAY – 그때는 두렵고 지금은 OOO p130
HOME - 나다운 집 p146
VIEWPOINT – 긍정의 변화 p168
CLOSE UP - 변화 들여다보기 p180
SENTENCE - 이달의 문장 p196
REPORT – 변화 일지 p208
MONTHLY MISSION - 변화를 위한 10가지 미션 p238